트릴리온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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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구부터 창업, 그리고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기술과 제품을 잇는 길을 찾는 연구원 이야기

AI 산업은 누구보다 빠르게 진화하지만, 기술이 실제 가치로 전환되는 과정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강력한 모델을 만드는 능력과 그것을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연결하는 역량, 그리고 이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과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강화학습 환경 구축부터 제품화, 창업 경험, 그리고 다시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비즈니스의 경계를 오가며 얻은 인사이트와 AI가 어떻게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환경과 데이터가 진짜 성능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았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트릴리온랩스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안수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고 뤼이드의 연구원을 거쳐 창업을 했다 트릴리온랩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팀에서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현재는 주로 강화학습(RL)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이전에도 강화학습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오픈소스 기반의 단순한 케이스들을 다루는 수준이었어요. 지금은 VLA(Visual Language Action)·시뮬레이션 등 에이전트를 학습시키기 위한 훨씬 복잡한 환경을 직접 세팅하고 있습니다.

강화학습에서는 ‘에이전트’가 학습하도록 학습 신호를 주는 외부 환경이 필수인데,예를 들어 로봇청소기라면 ‘집 구조’를 모델링한 시뮬레이션이 환경이 됩니다. 저희는 현재 에이전트와 환경을 모두 구축하고, 양쪽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며 학습 신호가 순환되는 전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 경력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뤼이드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했고, 대학생 때  뤼이드의 AI 연구팀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는 산타토익의 점수 예측 모델이었어요. 학생의 문제 풀이 이력을 기반으로 실제 TOEIC 점수를 예측하는 모델인데, 모델의 예측 오차가 약 ±50점 수준이로 괜찮은 편이었어요. 

또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논문도 작성했고 학회에 제출해 채택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런데  연구라는게 어떤 큰 꿈을 가지고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긴 호흡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처음엔 그 경험이 굉장히 간절했는데, 막상 목표를 빠르게 이루고 나니 논문 편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짧은 호흡으로 끝나게 되니 좀 허무하기도 했고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AI 연구는 어떻게 제품과 마켓과 연결돼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이 고민이 창업으로 이어졌어요. 


창업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뤼이드에서 “AI 연구가 실제 제품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가”를 고민하다가, AI 연구–제품 사이클을 제품 중심 사고방식(Product Thinking)으로 다시 설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AI연구와 제품 사이클 사이에서 가설을 세웠고 그 가설을 직접 검증하고 싶어서 퇴사 후 창업을 했습니다.

첫 아이템은 조직의 목표와 역할을 시각적으로 정렬시키는 협업·프로덕티비티 툴이었어요. (Atlassian의 ‘Jira Align’과 유사한 컨셉)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정작 우리 팀조차 이 제품을 쓰지 않더라는 것. 그래서 빠르게 가설을 접고, 여러 차례 피봇을 하면서 매출이 나는 서비스 형태의 실험 을 먼저 하고 그 결과를 제품화하는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트릴리온랩스에 합류하게 되었나요?

여러 번의 피벗을 거치며 크고 작은 성공·실패를 경험하던 중, 내부적으로 AI 연구–제품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환경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 가운데 트릴리온랩스를 알게 되었고, “모델 개발의 본질”을 팀 전체가 흔들림 없이 추구하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팀의 방향성과 제가 추구하는 가치(기술 중심, 프로덕트 중심 사고)가 잘 맞다고 판단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뤼이드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었는데요. 공동창업자이자 CPO인 준영님의 날카로운 사고와 방향 제시는 잊기 어려운 경험이었어요. ‘당연히 생각했어야 했는데 놓쳤던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주는 능력이 강점이었구요. CEO인 재민님은 뤼이드 당시 NLP 팀의 리더로서 조직 분위기를 탁월하게 만들고, 구성원들이 불만 없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이었어요. 실행력과 전문성이 균형 잡힌 팀을 만드는 능력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또 동료 연구원인 규석님은 겉으로는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팀의 에너자이저 같지만, 실제로 함께 오래 일해보면 누구보다 객관적이에요. 본인이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절대 단정짓거나 추측하지 않아요. 문제를 날카롭게 찾아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요. 트릴리온랩스는 이미 이들이 핵심 멤버로 합류해 있었고, “사람을 보고 선택할 만한 팀"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또 하나는 회사의 비전의 크기였습니다. AI 스타트업은 많지만, 맨해튼 프로젝트급 스케일로 ‘한국에서 세계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겠다’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트릴리온랩스는 한국에서 프롬 스크래치로 모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어요. 


합류하셔서 모델을 개발하셨는데, 모델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AI 모델 개발은 예측 가능성이 낮은 영역이라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투입하는 자본·실험·데이터가 기대한 만큼의 성능 향상으로 이어질지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특히 합성 데이터 전략, 모델 아키텍처 설계, 학습 방법론 선택 등 모든 영역에서 제한적인 실험과 함께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직관도 필요한데요. 이 부분이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리더이자 CEO로써, 재민 님의 직관과 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고 또 연구원들 또한 다양한 해결방식을 실험하며 정말 몰입해서 했기에 짧은 기간 풀스택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트릴리온랩스에서 이루고 싶은 건 어떤건가요? 

저는 AI가 실제 사용자와 시장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 즉 제품과 경험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늘 고민해왔어요. 트릴리온랩스의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라는 비전은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이 기술이 어떤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가"라는 질문 또한 여전히 유효한데요.

그래서 저는  만든 모델을 실제 workflow에 안착 시키는 일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가져내야하는 가장 커다란 해자를 두가지 고르자면, 주어진 데이터로 안정적인 학습을 시켜낼 수 있는가와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Agent의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역량의 경우에는 저희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갖춰나가고 있는 연구 기관과 단체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의 경우까지 함께 갖추고 있는 기관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그 기반을 갖춰낸 경우가 아주 극 소수에 불과합니다. 결국 모델에게 어떤 역량을 주입할 것인가가 명확히 결정되는것과 그에 맞춰 데이터를 수집해낼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하는가가 모델의 실제 체감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델이 어떤 역할으로써 어떤 과제를 수행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 역량은 무엇인지를 실제 현장 기반으로 잘 정의해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모델이 배포된 환경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및 시뮬레이션하여 모델이 해당 현장 내에서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경험을 꼭 만들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