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llio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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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릴리온랩스 공동창업자가 말하는 LLM 스타트업 창업과 자율의 가치

트릴리온랩스는 독보적인 AI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창업의 여정에서 마주한 도전과 결정,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트릴리온랩스 공동창업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트릴리온랩스의 공동창업자 박준영, Jason입니다.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지식서비스대학원에서 AI를 연구하고, 뤼이드(Riiid)에서 AI 연구 조직을 이끌다가 2024년 트릴리온랩스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현재는 프로덕트 및 내부 운영을 총괄하면서,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래는 이공계로 대학에 입학했는데, 화학이 너무 어려워서 경영학으로 전과했어요. (웃음) 그런데 3학년 때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들으면서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논리적이고 구조화된 사고가 자연스럽게 와닿았고, 그때 처음 컴퓨터 과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느꼈죠. 졸업이 늦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통합 과정을 마쳤습니다.

졸업 직후 코로나가 터지면서 준비하던 기회들이 사라졌지만, 뤼이드에서 ‘연구원’이라는 직무 채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에 교육AI쪽이다보니 대학원에서 연구한 교육공학과 AI가 딱 맞는 자리였어요. 입사 이후 몇 달 만에 리서치 팀장으로, 이후 AI 조직장을 맡게 되어 6명으로 시작한 팀을 30명 규모로 키운 경험이 있습니다. 


왜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뤼이드에서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금융 교육 시스템 신사업을 개발하는 거였어요. 제로에서 시작해 5명남짓한 팀이 불과  6개월 동안 1~2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는데요. 내가 만든 서비스가 실제 고객을 창출하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경험이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동시에 더 큰 책임과 자율성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네이버에서 LLM을 개발하면서 역시 창업을 고민하던 재민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얘기가 너무 잘 통하더군요. 또 한국에서도 AI의 산업이 태동하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재민 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LLM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것이 트릴리온랩스의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창업의 가장 큰 이유는 돈은 아니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 그리고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면서 나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회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을 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품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LLM을 from scratch로 개발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당시 한국에서 LLM을 제대로 개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민 님은 이미 수백억을 써가며 네이버에서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고, 기술적 방법론 자체는 이미 존재했어요. GPU 연산량, 데이터 처리 속도 등을 꼼꼼히 계산해 보니, 수십억 규모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건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2023년 11월까지 IR 준비, 데이터 수집, 아이템 구체화를 진행했고, 그동안은 모아둔 자금으로 생계를 유지했어요. 기술적 가능성과 현실적 계산이 맞아떨어지면서 확신을 갖게 되었죠.


초기 자금 조달은 어땠나요?

솔직히 극적이었습니다. (웃음) 초기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하려는 일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극적으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에서 LLM foundation model을 from scratch로 개발한다는 비전이 어떤 투자자에게는 무모하거나, 너희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의심도 많았는데요. 그래도 저희의 기술력과 비전을 믿어주는 투자자가  있었고 그 덕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과정 자체가 우리 팀에게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Product을 총괄하면서 현재 가장 집중하고 계신 부분, 혹은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모델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모든 AI 제품은 모델에서 시작하고 모델에서 끝나요. product은 사람들이 모델 성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일 뿐, 코어는 항상 모델입니다.

그리고 모델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의 퀄리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데이터란 거짓이 없고, 다양하며, 가능한 많은 것을 커버하는 데이터예요. 논문, 기사, 커뮤니티 포스트 등 형태도 다양해야 하고, 출처도 다양해야 합니다. 학습 방법론이나 RL(Reinforcement Learning,강화학습) 사용 여부도 중요하지만, 근본은 결국 데이터입니다. 좋은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리 학습 방법을 잘 적용해도 의미가 없어요. 

트릴리온랩스의 조직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LLM foundation model 개발이 중심이다 보니 리서치가 핵심이지만, 인프라나 제품 개발 등 다른 영역과의 경계가 유연해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담당 업무와 관계없이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는 팀 전체가 함께 발전시켜 나갑니다.

또 이미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자율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신 기술 트렌드를 익히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죠.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제품 개발이나 데이터 관리는 제 시간을 들여 회사에 직접적인 가치를 가져오는 일이라 괜찮은데, 회사 운영은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조직이 아직 정형화되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라서 R&R(Roles & Responsibilities)을 정확하게 설정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많은데요. 그러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 분담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사이클을 만들고 이런 사이클이 스스로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세팅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지만 맥락을 놓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빈틈이 생기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 상황도 운영 측면에서의 어려움이에요.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보니 결국 사람이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 많죠. 이 부분에서 계속 틈을 메워가면서도 사이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동창업자로서 특별히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요?

기술, 제품화의 속도와 완성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항상 고민입니다. 대표 입장에서는 빠른 진입이 중요한데, 실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완성도도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최소한의 완성도와 최대한의 속도를 함께 고려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하나는 직원들의 불편함이나 필요한 점을 파악하는 데 가장 많은 리소스를 쓰고 있다는 점이에요. 연구원, 개발자, 조직 전반을 살펴보고 무엇이 불편한지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창업 초기 목표와 지금의 목표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좋은 회사를 세우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목표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더 큰 목표가 됐어요.

직원들이 자신이 한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잘 형성하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자율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니까요. 결국 남는 것은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고, 그런 환경에서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맞는 함께할 사람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마음이 맞는 공동 창업자를 찾는 것’이 내 맘대로 되는 거냐는 의문이 들 것 같아요. 저도 우연히 그런 기회를 얻게 된거 같기도 하구요.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감사하게도 옆에 기회와 인연이 맞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옆에 남는 사람들도 꽤 괜찮은 사람들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결국 우연과 운이 큰 역할을 하지만, 그 우연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예요. 열심히, 진정성 있게 살다 보면 좋은 동반자이자 동업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쉽지 않지만, 나답게 살고 싶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트릴리온랩스가 그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